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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감기로 콧물맨이 되었지만

잠시 미세먼지가 사라진 맑은날이라 어디든 꼭 다녀오고 싶었다.


나는 사람이 몰리는 곳은 꺼려하는 편이라, 썩 좋지도,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을 서삼릉을 행선지로 선택했다.


서삼릉에 도착해 주차를 하고, 먼저 종마공원으로 향했다.

종마공원에서는 마침 어린이를 위한 승마체험을 운영하고 있었다.

승마체험은 현장접수 순서대로 진행되는데 말권을 위해서 키 130cm 미만 어린이만을 대상으로 정해진 횟수와 시간 안에서만 운영된다.

내가 도착했을때는 접수대기중이었고, 미리 기다리고 있는 부모가 몇 보였다.

나 혼자서 아이들과 함께 접수대 앞에서 시간을 기다리기는 무리라 생각해 먼저 도시락을 먹었다.


도시락을 먹고, 아이들과 함께 화장실에서 한바탕 전쟁을 치루고 나서야 접수를 할 수 있었다.

승마 예정시간은 오후 3시...

등록을 위해 미리부터 줄서서 기다리던 부모가 많았는데 나는 그럴 수 없었으니 당연하다.

지금이 12시40분인데 3시까지 기다리는건 무리 아닐까? 다음에 다시올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호돌아. 우리 많이 기다려야 하는데 말 다음에 탈까?"

"아니 말 타고싶어."

"정말 많이 기다려야 하는데... 기다릴 수 있겠어?"

"응!"


기다리는 목적이 뚜렷할 때는 시간이 더디게 간다.

말을 꼭 타고싶은 호돌이를 위해 기다리는데

호맹꼬 눈에 잠이 쏟아지고, 잠투정으로 점점 사나워지는 아이들과 함께하려니 난처했다.


좀 걷자 싶어 서삼릉으로 향했다.


종마공원 입구로 나와, 서삼릉으로 들어가며 호맹꼬는 안아달라 조르기 시작했다.

호돌이 표정에 못마땅함이 보였지만 무시했다.


어떻게 하기 힘든 상황...

돗자리 깔고 아이들을 재우고 싶지만, 놀고싶은 아이들을 재우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그냥, 산책을 하고 주렁주렁, 흐드러진 팥배나무 열매를 구경하고 영역싸움으로 사나운 청설모의 전투를 구경했다.

한적한 서삼릉의 풍경이 기분좋았지만, 졸린 호맹꼬에게는 힘들고, 자연관찰을 좋아하는 호돌이에게는 조금은 아쉬운 듯 했다.


떨어진 팥배나무 열매를 만지고, 솔방울을 채집하다보니 승마시간이 다가왔다.

서삼릉을 나와 다시 종마공원으로 향하는데, 졸린 호맹꼬를 안고 걷는길이 힘에 부쳤다.

호돌이도 힘들다 하니 내려올때는 어쩌지? 싶었다.


아이스크림.

즐겁게 승마체험을 마치고 아이스크림을 사러 매점을 향했다.

호돌이는 좋아하는 포도맛 폴라포, 호맹꼬는 잘 모르니 그냥 메로나.


아이스크림 하나로 평화를 찾은 나는 길을따라 설렁설렁 걸었다.

기분좋은 귀가길.

아이들은 차에 오르자마자 잠들것이고, 나는 살살 운전하면 되는 그 평화로운 시간을 생각하며 설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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