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정도 우리집 막내 호맹꼬 코가 맹맹했다.다니던 소아과에서 잘 해결되지 않아 조금 더 큰병원까지 다녔다. 동네에 어린이 전문병원이 크게 생겼는데 이번에 그 덕을 본 것 같다.큰 병원이니 기본 대기시간이 긴 편이라 불편했지만, 대신 X선 촬영으로 꼼꼼하게 증상을 확인하니 상대적으로 정확하게 진단하고 처방을 받으니 좋았다.좋아지지 않던 기침과 콧물이 잘 잡혔다. 장모님께 과분한 생일턱을 받고, 아이들 자전거에 바람개비를 달아주고...근처 학교에 가 모래놀이 하고, 개미를 관찰하고, 자전거를 타고, 참새쫒아 뛰고, 떨어진 모과열매를 줍고,설익은 앵두를 따고, 과하게 전지된 꽃사과 나무를 보며 아쉬워하고, 학교 급수대에서 물놀이도 하며 오후 시간을 보냈다. 볓이 따뜻하고, 점심에 먹은 소주 몇잔이 알알한게낮잠..
lg x4+ 호돌이가 대뜸 사슴을 만들어달라고 한다.그려서 오려주면 되겠거니 했는데, 설 수 있게 만들어달라고 한다. 일전에 거미를 입체로 만들어 준 적이 잇는데그때 생각이 났는지 A4용지를 하나 스윽 빼 왔다. 얼굴까지 입체로 만들기는 너무 어려울 것 같아서, 얼굴은 대충 그리고...몸은 속전속결로 설수만 있게 만들었다. 호돌에게 건네주며 "맘에들어?"하니 "응!" 하고 씩씩하게 대답했다.잠시 끼고 다니다 서투르게 붙인 뒷다리 하나가 떨어졌다.그리고는 버려진채 바닥에 굴러다니는걸... 호만이가 밟았다. 납작하게 눌린 사슴을 주워 눌린걸 펴주며 장난감의 유통기한을 생각했다. 너희들 너무 빠르다.
장인어른댁 집 앞의 살구나무가 죽었다.살구나무는 한아름은 되었는데 내가 알고있는 살구나무 중 가장 큰 살구나무였다. 어른들 말로는 집 앞을 깔끔하게 한다고 콘크리트를 깐 것이 살구나무를 죽게 했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전 고사한 살구나무를 걷어내시는데 그 속에서 장수풍뎅이와 흰점박이 꽃무지 유충이 많이 나왔다.장인어른께서 아이들을 위해 집으로 가져오셨다.살구나무 껍질과 가루들 사이에서 버둥대던 큰 굼벵이들을 통에담아 보일러실에 두고 겨울을 났다.날이 풀려 옥상으로 이사했다 하여 아이들과 보러갔더니, 나무찌꺼기는 어디가고 흙과 지렁이, 쥐며느리,이름을 알 수 없는 벌레들과 한데 어울려 살고있었다.이대로 방치하면 얼마 살지 못할 것 같아, 굼벵의 건강을 위해 발효톱밥으로 이사를 시켜주었다. 위의 영상과 사진은..
가끔 싱크대 아랫 문을열어보면 하수구 악취가 나곤 했었다.왜 그러지? 하면서도 이정도면 심하지 않고 일 만들기 싫어 무시하고 있었다. 지난 주말 아이들 재우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던 새벽 3시 물을 마시려 부엌을 향하는데 무언가의 움직임을 느꼈다.납작하고 검붉은 그것. 재빨리 전기채로 지져 죽이고, 혹시몰라 집을 면밀히 살폈다.작은 틈새에 더듬이만 빼꼼히 내민 녀석을 발견했다.엄지손가락 만한 대형바퀴... 비겁하게 손을 넣을 수 없는 위치에 숨어있다.급한대로 치약물을 분무기에 담아 공격했다. 그날 아침 그동안 무시했던 싱크대 악취와 부엌의 그녀석이 연관이 있다 생각되었다. 싱크대를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보통 싱크대나 변기등이 놓일 위치에는 지름 50mm의 pvc파이프가 배수관으로 설치되어있다. 싱크..
휴대폰이 망가졌다.어쩌다 떨어뜨렸는데 뾰족뾰족한 톨 위로 툭.까만 액정이 온몸으로 툭. 별 소리도 나지 않았다.그냥 툭 했는데 멋진 주름이 좌악 좌악 그어져있었다. 까맣고 좌악 좌악한 액정의 휴대폰. 액정에 빛을 잃은 중국산 휴대폰.비싼걸 사도 깨지고, 싼걸 사도 깨지고, 필요해서 돈주고 샀는데 쉬이 깨지는 휴대폰. 쉽게 깨지는 휴대폰이 불만이다.잘 망가지는 휴대폰이 불만이다. 이틑날 출근은 했지만 휴대폰이 불만이라 일이 손에잡히지 않았다.일은 안하고 서핑을 했다. 목표는 뚜렷했다. "다음휴대폰은 무조건 튼튼한놈으로 한다"물건이라는건 그 쓰임새와 용도에 충실해야 하는데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휴대폰에 대해 분노가 치밀었다.휴대폰이 비싸서 더 화가났다.비싸기만 하고 쉽게 망가지는 조잡한 기계.정작 벗겨보..